2009년 5월 17일 일요일

벌거벗은 고다이버 백작부인



중세 영국의 봉건 영주인 마샤 백작은 자신이 다스리는 영지 중 코번트라는 지방에서 많은 세금을 걷고, 백성들을 괴롭히려고 하였습니다. 시민들은 백작의 가혹한 세금 정책을 싫어했죠.
마샤 백작에게는 매우 신앙심이 깊고 아름다운 고다이버 부인이 있었습니다. 부인은 진심으로 남편을 말렸고, 남편이 잘못하는 일에 대해 정성껏 설명하곤 했습니다. 마샤 백작인 백성에게는 가혹한 남자인지라 부인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백작은 농담반, 희롱 반으로 <백작 부인인 당신이 한낮에 옷을 모두 벗고 거리에서 말을 타고 돌아다닌다면 코번트 사람들의 세금을 깍아줘야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부인은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부인은 동네사람들에게 문을 닫고 거리로 나오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한 뒤 남편과 약속한 대로 옷을 모두 벗고 동네를 돌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부인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되어 거리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호기심이 많은 남자들은 벗거벗은 부인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싶어했습니다. 톰이라는 남자는 영주부인의 모습을 보려고 창문을 삐꼼히 열고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때, 신이 노했는지 톰은 두 눈이 멀고 말았습니다.
<엿보는 톰>이라는 말은 고사로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고, 약간 비겁한 짓을 하는 사람들을 풍자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대헌장을 서명한 바보왕인 <존 왕>의 뜻을 따서 <존 = 바보>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당시 영국의 중세에는 기사도가 보급되어 있었는데, 기사의 제 1 덕목으로 여성에 대한 예우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너무나 여성에 대한 예우를 하지 않는 야만스런 기사들 때문에 생긴 덕목입니다. 이 이야기는 순결한 희생정신을 가진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반대로, 여성의 벌거벗은 몸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것을 보고자 했던 남성들의 호기심에 대한 일화입니다. 실제 정치적 용어로 누구도 하지 못했던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정치적 결단을 <고다이버이즘>이라고 부릅니다. 전해져 오던 관습과 상식을 깨면서 새로운 역설을 만드는 행동을 일컫는 말이죠.
코번트리 지방에서는 지금도 부인의 덕행을 기리는 의미에서 부인의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단순한 설화가 아니라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으로 영국인들이 기억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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